건물은 산, 도로는 물 현대 도시에도 풍수가 있다

풍수는 기(氣)다
기업은 건물이든 토지든 어느 정도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거나 가지려고 한다. 기업과 관련된 부동산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손해를 보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각도로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 특히 풍수는 터 잡기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동산과 관련한 풍수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이에 관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 관련 서적을 찾아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관련 서적 중에는 초점이 맞지 않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읽는 사람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기존의 풍수 관련 서적들은 풍수의 전통이론에 얽매어 그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느라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양택풍수’니 ‘부동산 풍수’니 하면서도 사실은 ‘묘지풍수’를 열거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풍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좌청룡 우백호’를 먼저 떠올리는데 사실 풍수의 요체는 ‘생기(生氣)’다. 어떻게 하면 생기가 있는 터를 찾고, 어떻게 하면 생기가 있는 집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풍수라는 것으로 집적(集積)됐다. 풍수에서 말하는 생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넓은 범위의 ‘기’부터 이해해야 한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기’를 세 가지 기운으로 구분하면 천기(天氣)·지기(地氣)·인기(人氣)가 된다. 생기는 이러한 삼재(三才: 천지인)의 기운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 내는 기운이다. 천기·지기·인기는 천문(天文)·지리(地理)·인사(人事)에 각각 관련이 돼 있고 시간·공간·인간과 관련돼 있다. 그래서 풍수는 천지인(天地人)의 기운(氣運)을 다루는 학문이다. 천기는 때를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지기는 장소의 성격을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며, 인기는 사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풍수는 공간을 위주로 하고 시간을 부수적인 좌표로 해서 인간의 입장에서 분위기(雰圍氣)를 파악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氣)로 사물을 본다’는 것은 ‘기의 세계관(世界觀)’으로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기의 세계관은 세상의 모든 것이 ‘기’로 이뤄져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서양철학과 과학이 바탕인 초중고 정규 교과과정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동양철학자들은 기체를 모형으로 삼아 객관 존재를 표시하는 개념으로 삼았다. 먼저 기의 개념은 형질이 없으며 어떤 경우에는 형질이 있지만 매우 미세하다. 따라서 기는 어디로든 들어갈 수 있으며 없는 곳이 없다. 서양철학은 고체입자를 모델로 발전했으며 ‘절대적 진리’가 무엇이냐에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기체를 모델로 전개해온 동양철학은 ‘상대적 가치’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기(氣)라는 것은 기 자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의 변화’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기는 고정 불변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기 자체보다 변화하는 방향과 추이가 더 중요하다. 풍수학에서도 현재의 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제 땅을 투자 또는 개발하기 위해서 땅을 볼 때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용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흔히 대상지의 교통 편의성, 교육 여건, 자연환경 등을 포함하는 경제적, 사회적, 자연적 여건 등을 본다. 과거에는 풍수를 볼 때 좌청룡·우백호부터 따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좌청룡·우백호를 포함하는 용·혈·사·수·향 이론1 이 중요시됐다. 하지만 현대 도시에서는 좌청룡·우백호를 포함한 용·혈·사·수·향 이론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형국이 잘 갖춰진 땅을 찾는 경우라면 전통 풍수이론이 중요한 고려사항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관점을 달리해야 땅이 보인다.
과거에 야생(野生)의 기운이 충만하고 인간이 자연을 조절할 능력이 미미할 때는 소위 좌청룡ㆍ우백호를 포함한 사신사(四神砂)2 가 야생의 살기를 막아주는 일종의 차단 담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풍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사신사는 일종의 담장이며 울타리다. 담장이나 울타리가 외부의 해로운 기운의 침입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외부와의 에너지 교환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대에 따라 명당의 개념이 다르고 명당을 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다.
땅을 보는 법: 기의 강도와 흐름을 보라
1) 등고선을 통해서 지기를 읽어라.
땅을 볼 때 먼저 지기(地氣)를 살핀다. 지기의 강도와 지기의 흐름을 모두 살펴야 한다. 세상의 여러 기운의 흐름은 몇 가지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기운의 변화는 여러 형식의 무늬로 나타난다. 나뭇결, 돌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의 보통 시력으로는 구분되지 않지만 균질하게 보이는 유리면이나 철판도 무늬가 있으며 더욱이 화학적 공정에 의해서 공장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판도 기운의 흐름이 있고 무늬가 있다.

기운은 파동(波動)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기의 흐름은 파문(波紋)으로 표시될 수 있다. 파문의 대표적인 형식은 지형 높이의 변화를 표시한 등고선(等高線)과 같은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는 기압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등압선, 온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등온선 등이 있다. 사람의 지문(指紋)은 지형등고선과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는데 사람마다 타고난 에너지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그림 1) 지문은 태속의 아기가 13주에서 19주 정도에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금을 보고 사람의 적성과 소질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문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기운의 차이, 에너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지형도에 나타난 등고선을 가지고 어떻게 지기를 읽을 것인가? 등고선 읽기는 다소의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파문(波紋)이 일어나는데 가운데를 중심으로 균일한 동심원(同心圓)이 여러 개 생긴다. 연못의 물은 비교적 균질한 재질이기 때문에 돌이 떨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일정한 간격의 동심원을 이루지만 복잡한 지질로 이뤄진 땅은 여러 불규칙한 곡선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동일 해발고도를 기준으로 선을 연결하면 여러 개의 폐곡선(閉曲線·등고선)이 나타나는 지도, 즉 지형도가 그려진다.(그림 2)
기의 세계관으로 볼 때 지형도에 나타난 불규칙한 곡선은 불규칙한 에너지 상태를 표현한다. 지형도에 나타난 등고선을 보고 에너지의 흐름 즉, 지기(地氣)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등고선이 조밀하게 돼 있는 지역은 독도법상(讀圖法上) 경사가 급한 곳이다. 하지만 풍수에서는 ‘기가 센 곳이다’라고 표현한다. 건축학이나 토목학의 관점에서 볼 때 등고선의 간격이 조밀한 곳은 경사가 심한 곳으로 공사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다. 풍수에서는 등고선의 간격이 조밀한 곳은 기가 센 곳으로 사찰이나 교회ㆍ성당 등 기도를 위한 종교용지로 소개할 만한 곳이다.
풍수학의 관점에서 지형도를 볼 때 주목하는 것은 등고선의 간격 외에 등고선의 굴곡 정도와 선형의 방향성이다. 등고선의 굴곡과 흐름은 곧 지기의 흐름, 에너지의 흐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그 방향성이 중요시된다.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방향성이 있듯이 지기의 흐름도 지형에 따라 방향성이 있다. 풍수학에서 말하는 지기의 흐름은 강물과 같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산줄기능선을 따라 이동한다고 간주된다. 지형도를 보고 지기의 흐름을 따지는 것은 방향성에 순응(順應)하고 지기를 제대로 받기 위함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지세(地勢)에 따른다’이다.
지세에 순응한다는 것은 강물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한반도는 북반구에 속해 있으므로 건물 배치에 있어서 남향을 제일 선호하고 그 다음으로 동향을 선호한다. 지형의 경사에 따라 지세도 남향으로 펼쳐져 있다면 일단은 좋은 터라고 할 수 있다. 지세가 남향이 아닐 경우는 건물의 향을 무조건 남향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세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풍수의 입장이다. 일조의 문제는 건물의 창문 계획으로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지세에 순응한다는 것은 강물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한반도는 북반구에 속해 있으므로 건물 배치에 있어서 남향을 제일 선호하고 그 다음으로 동향을 선호한다. 지형의 경사에 따라 지세도 남향으로 펼쳐져 있다면 일단은 좋은 터라고 할 수 있다. 지세가 남향이 아닐 경우는 건물의 향을 무조건 남향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세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풍수의 입장이다. 일조의 문제는 건물의 창문 계획으로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2) 터의 역사성을 보라.
고용주가 직원을 채용할 때는 지원자의 이력과 자기소개서를 받아본다. 지원자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경험과 실력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터를 고를 때 터의 역사성, 즉 이력을 따지는 이유는 사람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받는 목적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터의 역사성을 통해서 터의 이력과 더불어 터의 주변 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
터의 역사성은 터의 앞으로 갈 길을 알려주는 것이고 터의 주변 성격을 말해준다. 서울과 같이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는 터를 고를 때 터의 역사성이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된다. 나대지(裸垈地·건물이 없는 대지)라고 해서 터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쓰는 것은 아니다. 터의 주변 환경에는 반드시 역사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며 이 그림자는 쉽게 지울 수가 없다. 터의 주변을 감싸는 역사의 그림자는 거쳐 간 인간들의 흔적이며 그들의 기운이다.
터의 역사성도 일종의 기운의 흐름이다. 역사는 시간의 흐름이 누적된 것이다. 하나의 사건은 시간과 공간의 좌표로 설명될 수 있다. 분위기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공간의 기운과 시간의 기운을 모두 잡아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시간성의 기운을 유리한 분위기로 끌고 가기 위함이다.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간을 지켜야 한다. 터의 역사성은 시간의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를 알려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터를 고를 때는 이러한 시간의 단서를 읽어 내어야 한다. 또한 터의 역사성이 뿜어내는 기운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현대의 풍수학은 전통사회에서의 일반적인 명당론보다는 다변화된 사회에서도 적용될 명당론을 요구한다. 일반적인 조건의 명당은 이상적 세계를 말하는 것으로 서구의 유토피아와 같이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다변화된, 도시화된 사회에서의 명당은 어떤 곳일까.
도시의 풍수: 도로와 건물을 위주로 보라
도로는 부동산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통로다. 어떤 식으로 도로에 접하느냐에 따라 부동산의 가치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도로가 터의 남쪽에 있는가, 터의 북쪽에 있는가, 경사도는 어떠한가에 따라 부동산의 가치와 접근성이 영향을 받는다.
건축 설계를 시작하면서 하는 대지분석은 대부분 대지와 도로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설계는 어느 쪽으로 출입구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세부적으로는 차량 동선과 보행자 동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서비스 동선과 주 동선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시간대별 동선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를 계획한다.
도로와 대지가 접하게 될 때 대지의 긴 면이 접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짧은 면이 접하는 것이 좋은가? 아마 대개의 사람들은 길게 접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풍수이론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은 약간의 윤리적 문제가 있다. 무조건 값비싸게 인정받을 수 있는 터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건강한 터를 선호한다고 봐야 한다. 도로를 나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터와 공유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풍수학의 관점에서는 용도에 따라 대지의 깊이가 깊고 도로에 짧게 접하는 것이 좋을지, 도로에 길게 접하고 대지의 깊이가 얕은 것이 좋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림 3>에서 보듯 과거 전통시대에는 주로 A형의 대지를 길한 것으로 간주했다. 현대 기업은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권위적이고 고급의 소량 물품을 취급하는 건물의 배치를 원한다면 A형의 대지가 좋고 대중적이고 대량의 값싼 물품을 취급한다면 B형 대지가 좋다.
또 풍수학의 관점에서 볼 때 도로는 물길이다. 광장은 큰 연못이나 호수라 할 수 있다. 큰 도로는 폭이 넓은 큰 강이다. 대지가 큰 도로에 접해 있을 때 큰 도로는 큰 에너지를 공급하는 통로라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신도시 계획에서 이러한 점이 고려되지 않고 자동차의 소통을 위주로 도로계획이 이뤄지는 바람에 큰 도로가 오히려 지역 경제의 장애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풍수학에서는 강폭뿐만 아니라 물의 흐르는 속도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흐르는 속도가 너무 빠른 물은 생기(生氣)를 공급해줄 수 없고 살기(殺氣)를 공급하거나 설기(泄氣·기가 새어서 날아감)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의 흐르는 속도가 중요하듯이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의 속도도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터는 차량 흐름의 속도가 줄어들지 않으면 고속도로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을 수 없다. 고속도로는 물살이 세고 아주 큰물이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고는 도움되는 에너지로 볼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너무 느리거나 고여 있으면 기운이 탁해져서 못쓰게 되고, 너무 빠르면 기운이 빠져나가버려 기운을 모을 수 없다. 실제로 도로의 속도가 너무 느려 자동차의 정체가 심한 곳은 자동차 매연으로 공기가 좋지 않고 자동차 경음기의 소음 또한 심한 편이다. 자동차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경우는 대형사고가 나기 쉽고 차량 가속 주행으로 인한 소음 또한 심한 편이다.

도로도 물과 같이 경사도에 따라 여러 가지 영향을 받는다. 도로의 경우도 경사가 심하면 도로의 안정성이 없고 심한 경우 계단식 도로를 만나 흐름이 끊기고 건축이 불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또 풍수에서는 물의 양과 속도도 중요시하지만 물의 흐르는 방향이나 모양을 중요시한다. 도로의 형태는 크게 직선도로와 구불구불한 곡선도로가 있을 수 있다. 물길도 마찬가지다. 주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수로는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보다는 직선형이 많다. 하지만 자연형 하천은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가 대다수다. 풍수에서 직선으로 뻗는 것은 산줄기나 물줄기나 모두 흉하게 간주한다. 즉 생룡이 아니라 모두 죽은 룡으로 간주한다. 물길이나 도로가 직선으로 내달릴 때는 살기로 보거나 설기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풍수학에서도 직선도로보다는 구불구불한 곡선도로를 좋게 본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적당하게 유지해주기 때문이다.(그림 4)
강폭과 도로폭, 도로합류점과 합수지점은 모두 물의 흐름과 비교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길은 좁아지면 그 흐름이 빨라지는 데 반해 도로는 좁아지면 오히려 정체현상이 일어난다. 인터체인지나 사거리 등은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곳으로 이해하면 된다.
물이 소용돌이치는 곳은 에너지의 강도가 세지만 기운이 혼탁하고 안정성은 없다. 이러한 곳에 터를 잡는 경우에 적합한 용도가 아니면 도로살에 휘둘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풍수에서는 인터체인지와 같이 풍기(風氣)가 문란(紊亂)한 곳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도로에 살(殺)이 있다.
물길의 형태와 도로의 형태는 터를 잡는 위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물길이 구불구불하다고 할 때 물길의 안쪽에 자리할 것인가, 물길의 바깥쪽으로 자리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산의 면배(面背)를 따지듯이 물길의 면배를 따지면 물길의 안쪽이 면이 되고 물길의 바깥쪽이 배가 된다.
지리학에서는 옥대수 측(面)을 퇴적사면(堆積斜面)이라고 하고, 반궁수 측(背)을 공격사면(攻擊斜面)이라고 한다. 공격사면은 수살(水殺)을 받아 자꾸 깎여나간다. 한편 절벽에 부딪힌 물은 속도가 느려지는데 그동안 물에 실려 온 흙모래가 물과 분리돼 쌓이면서 퇴적사면을 만든다. 여러 가지 이유로 풍수에서는 옥대수 측을 반궁수 측에 비해 좋은 곳으로 간주한다.

도로의 경우는 어떨까? 도로의 경우도 도로의 선형이 구불구불하다면 옥대수처럼 감싸주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다. 도로 선형이 반궁수와 같은 쪽을 택하게 된다면 도로살을 받게 된다.(그림 5)
도로의 선형뿐 만아니라 도로의 연장선이 집안으로 곧장 들어가는 경우도 도로살을 받는다. 풍살에 의한 화재가 우려되는 사례를 보자. 대연각호텔의 화재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1971년 12월25일 성탄절 아침에 2층 커피숍에서 LPG 가스폭발로 불이 나 지하2층, 지상21층의 빌딩을 몽땅 태워버렸다. 167명의 사망자와 64명의 부상자를 낸 대형화재 사고였다.
1971년에 필자의 나이가 10살이었으며 지방에서 흑백 텔레비젼으로 생중계되는 현장을 지켜봤다. 대연각호텔 부근의 도로의 구조가 지금과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서울역 방면에서 넘어오는 도로와 그 위에 건설된 고가도로의 선형은 대연각호텔에 대해 반궁수의 구조로 돼 있다. 그 이후로 1978년 5월에는 남산3호터널이 개통되는데 대연각호텔은 양쪽에서 풍살을 받는 위치가 됐다.
현재 대연각빌딩의 관리자는 대형 화재를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화재에 대한 상당한 주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남산3호터널 쪽으로 더 가까이 다른 건물들이 지어져서 풍수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른 건물들이 풍살을 막는 보호막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도로살은 기본적으로 지속적으로 뚫고 나아가려는 연장적(延長的) 성질이다. 앞 장에서 도로는 물길을 따라서 생긴다고 언급했다. 도로가 물길을 따라 생기는 이유는 적은 에너지로 길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은 흘러가면서 언덕을 깎는다. 즉 길을 내는 데 장애가 되는 여러 조건들을 해소해준다. 물길과 달리 산길의 경우는 산줄기를 따라서 생긴다. 산을 넘어야 할 경우는 고개를 넘어간다. 이와 같이 예전에 길을 내는 것은 결국 산줄기ㆍ물줄기의 흐름을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토목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물줄기ㆍ산줄기에 대한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길을 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도로의 화살과 같은 성질, 즉 연장성(延長性)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이제 언제 어느 곳으로 도로가 생겨 도로살을 안겨 줄지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타워호텔과 국립극장 사이의 버티고개로 넘어온 길은 한남대교(1969년 12월 개통)로 연결돼 서울과 부산 간의 고속도로가 됐으며 부산까지 가는 길이 됐다. 하나의 고갯길이 물 건너 산 너머 쭉 뻗어나가 부산까지 간 것이다.
도로의 연장성(延長性)은 풍수학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다뤄야 할 성격이다. 도로건설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지금 도로가 막혀 있다고 하더라도 머지않아 뚫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도로의 연장적 성격은 위치에 따라 살(殺)이 될 수도, 생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도로의 건설은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새로운 길은 생기 공급통로가 될 수도 있고, 도로살을 만들 수도 있다.
살기를 많이 품고 있는 도로란 어떤 도로인가? 단서가 있다. 오토바이 폭주족이 좋아하는 도로는 살기가 많은 도로다. 폭주족은 심야에 굉음을 내면서 도로를 질주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난폭하게 달리면서 우울한 마음을 달랜다. 이들은 몸속으로 전달되는 전율을 즐기기 때문에 도로살이 있는 곳을 본능적으로 찾아다닌다.

이웃 건물의 살기를 피하라
석살이라는 것은 ‘날카로운 봉우리, 송곳 같은 윗부리, 칼날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위로 찌르면 첨탑살(尖塔殺), 정면에 서 있으면 모서리살이다. 밥상의 모서리에 앉았을 때 받는 살기가 바로 석살이라고 보면 리에 앉았다가 집안어른들께 야단맞는 경우가 있다. 밥을 먹는 것은 몸에 생기를 공급하는 것인데 살기(殺氣) 있는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그림 6)
서울의 한 대형 빌딩은 풍수학의 관점에서 볼 때 건물살을 띠고 있는 대표적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이 건물은 일본건축회사 작품이다. 이 건물은 좌우측면에서 볼 때 건물이 점차 줄어드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건물이 추구한 이미지는 ‘용(龍)의 승천(昇天)’이다. 풍수학의 개념으로 볼 때 이 건물은 용의 기운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용을 디자인하더라도 일본 사람이 디자인하면 이러한 용이 나온다. 용에 관한 선입견을 모두 버리고 이 건물의 모양을 풍수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칼’이다. 돌칼일 수도 있고 유리칼일 수도 있고 금속성의 칼일 수도 있다. 살기(殺氣)의 관점에서 말하면 이 건물에는 칼날과 같은 건물살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과도(果刀)와 같은 외날형 칼날 모양이다. 외날형 칼날은 양날과는 다르게 일방향성이다. 칼등과 칼날의 구분이 있다. 칼날 쪽이 석살을 받는 쪽이다. 게다가 이 건물은 좁은 부분의 정면으로 주 출입구가 설치돼 있다. 사람들이 칼날을 바라보면서 들어온다. 풍수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건물살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뿐 만아니라 바로 맞은편에 있는 건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건물살에 대한 대책으로는 출입구의 방향 조정문제, 칼날의 완화문제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이제는 양생풍수: 명당을 만들어라
과거의 풍수는 하늘이 내려준 명당을 찾아가는 풍수였다면 현대는 명당을 만드는 풍수가 돼야 한다. 명당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누구한테나, 어떤 용도에나 다 좋은 명당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명당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것이라면 이미 전 시대의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모두 점령돼 버렸을 것이다. 이 땅에는 쓸 만한 명당의 씨가 말라버렸을 것이고 더 이상 풍수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사람의 기운에 따라 명당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풍수 고전에는 주로 절대명당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로 만들어가는 풍수, 상대적 명당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만들어가는 풍수를 ‘양생풍수’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전통시대에는 명당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과 경제력이 없었기 때문에 양생풍수를 비중 있게 다룰 수 없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조금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양생풍수를 할 수 있다.
과연,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명당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도 명당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 땅은 인간이 사용하기 좋으라고 인간을 위해서 명당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그렇게 형성된 것이다. 다만 새들이 새집 짓기에 적당한 나뭇가지를 선택한 것처럼 인간이 집 짓고 살기 좋은 곳을 명당이라고 하고 찾은 것뿐이다. 천하의 명당이라 해도 그 자체가 가진 장단점이 당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절대적인 명당은 없다.자연산 명당도 쓰고자 하는 용도에 맞게, 나 자신에 맞게 잘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풍수 고전에서는 이를 두고 염승(厭勝)과 비보(裨補)로 설명하고 있다. 염승은 다른 말로 압승(壓勝)이라고도 하며 터의 기운이 너무 강할 때 이를 누르는 방법이다. 반면에 비보는 터의 기운이 허약할 때 보약을 먹이듯이 보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시대의 풍수가 양생풍수가 돼야 한다고 할지라도 땅을 보는 기본적인 안목은 있어야 한다. 상대적인 성격을 가진 명당을 정한다고 할 때도 성격에 맞지도 않는 터무니없는 땅을 골라서 그것을 명당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비보를 잘하고 있는 하나의 사례로 보라매공원을 남쪽에 두고 북향인 터를 잡은 농심 사옥을 제시할 수 있다. 농심 사옥 본사는 굽어진 큰 도로에 접하고 있기 때문에 도로살(道路殺)을 맞을 수 있다. 또 북쪽으로 낮아지는 지세를 갖고 있어서 음기(陰氣)가 많은 터라고 할 수 있다.(그림 7) 이런 기운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하는 것이 명당을 만드는 관건이다. 풍수를 보려면 건물 내외부의 분위기를 모두 살펴보고 조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건물의 외부에서 눈에 띄는 것이 몇 가지 조형물과 소나무다. 도로살을 제일 강하게 맞는 곳에 농심(農心)이라고 새긴 석상(石像)이 서 있다.
이 석상은 물개를 닮았다. 도로살은 수살과 같은 성격으로 보기 때문에 물에 강한 물개상으로 물을 대비한다는 것은 아주 적절한 발상이다. 그것이 의도됐든 그렇지 않든 간에 물개상은 방어적 역할을 충분히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마당 오른쪽에는 말 세 마리가 자유스럽게 노니는 것을 형상화한 모습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것은 북향의 음기(陰氣)를 보완하기 위한 양기(陽氣)의 대표로서 동원된 말로 볼 수 있다. 말은 물개와 마찬가지로 양기를 상징한다. 그것도 세 마리씩이나 갖다 놓았다. 또 마당의 소나무 숲은 생기(生氣)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농심 사옥 앞마당은 평소 주민들의 휴식장소가 되고 5월5일 어린이날이면 기념행사를 하는 장소다. 농심 본사의 사옥 앞마당은 천기, 지기, 인기가 모이는 장소로 잘 활용되고 있는 사례다.
농심은 한때 경쟁사인 삼양사의 우지파동사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급성장한 때가 있었고 새우깡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항상 기운이 좋을 수는 없다.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기복의 정도가 얼마나 심하느냐, 길게 가느냐, 짧게 가느냐 하는 것은 평소의 기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기운 관리는 분위기 관리다. 특히 큰 기업일수록 분위기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소홀하게 처리한 경미한 부분에서부터 탁한 기운이 생기고 그것이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결론
땅이나 건물을 보고 ‘부동산(不動産)’이라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잘못된 용어다. 땅은 부동산이 아니다. 부동산이라는 말에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어 땅이나 건물이 죽은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쉽다. 풍수학에서 보는 땅이나 건물은 살아 움직인다. ‘부동산이지만 부동산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땅이나 건물을 살아 있는 듯이 보는 것이 바로 기의 세계관이다. 기업에서 필요한 부동산을 정함에 있어서 모든 경제적, 사회적, 자연적 검토를 끝낸 뒤에 이 글에서 말한 최종의 풍수적 ‘기감’으로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 또 명당 찾기, 명당 만들기도 좋지만 명당을 관리해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